만두를 만두라 부르지 못하고

2020. 10. 4. 17:21먹다./饮茶 (=딤섬)

칠종칠금으로 대표되는 제갈량의 남만정벌 때 개발했다는 '만두'.
정사에는 없는 것이라지만 어쨌든 당시 삼국지에 푹 빠져 있던 나는 그 이야기 속의 '만두'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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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한 원주민들이 호수의 신?이었나 괴수였나 아무튼 그 호수의 주인을 달래기 위해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변고없이 호수를 건널 수 있다나 뭐라나.. 이에 백성들을 가엾게 느낀 공명 승상 제갈 아재께서 밀가루를 사람 머리 형상으로 빚어 앞으로는 산사람 잡지 말고 이 '만두'를 제물로 바치라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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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내가 아는 그 만두는 고기나 야채를 다져 만든 '소'를 얇은 밀가루 피로 감싸서 만드는 것인데 그걸 사람 머리만하게 만들면 들고 옮기지도 못 할껄?
그 의문은 거의 20년동안 풀 수 없는 문제였다. 그냥 흔한 대륙의 뻥이겠지 했는데 중국에 와서야 그 의문이 풀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만두는 얇은 피를 감싼 교자(饺子)다.
중국이나 일본, 한국에서도 보통 '교자'라고 하는 그 교자는 중국에서 饺子(쟈오즈)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음.. 까먹었다. 아무튼 중국에서 말하는 만두는 그냥 밀가루 덩어리, 밀가루 반죽을 찜솥에 쪄낸 것이다. 말하자면 찐빵이랄까. 이걸 쌀보다 밀가루가 많은 중국 북방지역에서는 주식으로 삼으며 남자들은 보통 한끼에 두세개를 짠지(짜사이라고 하는 그거) 또는 다른 요리와 곁들여 먹는다.

우리가 고급 짜장면집에 갔을 때 볼 수 있는 '꽃빵' 바로 그 재질이다. 아무 간도 하지 않아서 이걸 대체 무슨 맛으로 먹냐고 한마디씩 던지면 누군가 먹어본 사람이 꼭 '그거 고추잡채랑 같이 먹는거야'. ㅎㅎ 그렇다. 중국사람들 모두~ 그렇게 먹는다. 연유+설탕물에 찍어 먹는 그 밀가루 빵은 업그레이드형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또 같은 의미에서 한국사람들이 헷갈리는 거 있다.
광동지역(홍콩포함)의 '딤섬'
(나만 그랬던 거 아닐껄) 한국사람들은 虾饺 새우교자 = 딤섬 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그게 딤섬이 아닌 것은 아니고 수많은 '딤섬(点心, 간식이라고나 할까)' 중에 한가지일 뿐이다.

찐닭발, 옥수수찐빵, 새우교자, 샤오마에, 천엽찜, 창펀 등등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딤섬부터 에그타르트, 무슨 무슨 젤리 등 현대적인 것까지 그 종류만 수백가지는 되고 지역에 따라 시대에 따라 계속 발전되고 있는 중이다.
먹어 본 척, 아는 척 하려면 이걸 '딤섬'이라고 하면 안되고, '새우만두'라고 해도 안된다.

새우교자(虾饺)
군만두(煎饺) -> 기름에 지진 교자
업글? 새우교자(虾饺)

저 새우딤섬이 먹고 싶을 때는 '샤쟈오'가 먹고 싶다고 말하면 제대로 말한거고 광동어로 '하까오'가 먹고 싶다고 하면 뭔가 많이 아는 사람 같지만 북방에서는 못 알아듣는닼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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