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를 두고 나왔다.

2017. 6. 23. 22:20살다.


열쇠를 두고 나왔다. 젠장.

이 더운 광저우에서 열쇠가 없어서 문 앞에 멍.. 하니 서 있어야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한국에 살던 전세방을 정리하려는데 예비열쇠가 없어서 열쇠방에 갔었다.

     열쇠뭉치를 보더니            이런 열쇠 처음본다           라고 하신다.

     중국 집열쇠라고 하니, 다시 유심히 보시면서 복제가 어렵겠다고 하신다.

     아, 그러고보니 우리 사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중국에서는 아무나 열쇠방 못한다. 아무나 문따러 다닐 수 없다.



그런데.... 열쇠를 두고 왔네.

문 앞에 서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호텔에 가서 잘까.

사무실 가서 잘까.


하.......


참. 처음에 열쇠 바꿔줬던 열쇠방이 있다.

덥지만.. 그래도 가봐야지. 물어는 봐야지.


열쇠 해줬던 나이 많지 않아 보이는 직원이 저기 보여서 다가가 말을 건다.


还记得我吗?(나 아직 기억하냐?)


열쇠를 놓고 나왔는데 어쩌면 좋나 물으니, 본인이 따주겠단다.

엉???

별로 그런 기술자(?) 같지 않아 보이는데??

아무나 하는 기술이 아니랬는데???



일단 같이 간다.


외문, 내문 두개다 닫으면 그냥 잠기는데, 다행인지 그날은 내문은 열어뒀었다.

열쇠방 직원이 가방에서 무언가 꺼낸다.


책...받.....침??


책받침을 능숙하게 문 잠기는 고리 쪽에 넣더니 두어번 스윽스윽.

분명 그냥 넣는건 아닌거 같긴하다.


그러고 철컹 열리는 문...

어?

이 사람....

열쇠방 직원이 아니라 열쇠공인갑다.

나를 보며 씨익 웃는데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얼마냐 물으니 200원만 달란다.

뭐가 그리 비싸냐 50원만 깎아 달라니, 이게 기술이라며 200원 다 주란다.

에이... 치사하다... 100원 부를걸 그랬나..



지갑에서 200원을 꺼내며 다시 물어봤다.

그럼 나 좀 알려줘. 이거 어떻게 여는건지. 다음에 좀 써먹게.

200원을 받아챙기면서 싫단다. 이거 가르쳐주면 자긴 어떻게 먹고 사냔다.

에이... 小气鬼 (짠돌이)


그래서 그럼 다음번엔 100원에 열어달라고 얘기하고 보냈다.

그 뒤로 다시 부를 일이 없었다.... 집안에 두었던 예비열쇠 5세트를 모. 두 사무실에 갖다 놨기 때문에.


흥. 짠돌이같으니라고.